이 기사는 2025년 8월 29일 14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코리안리의 올해 상반기 해외 법인 실적은 지역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스위스, 영국 법인이 호실적을 보이며 전체 해외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미국 법인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수재 비중이 44%로 확대되는 등 글로벌 사업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으나 유럽 편중과 기후 리스크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리안리의 올해 상반기 4개 해외법인(홍콩·영국·스위스·미국) 순이익은 61억3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억5300만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익은 79억8900만원으로 전년 동기(5억5100만원)보다 1349% 급증했다.
스위스 법인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올해 상반기 순익 35억79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24억3300만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영업손익도 24억1600만원 적자에서 44억50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상반기 서유럽에서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아 손해율이 낮게 유지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법인 역시 순익 29억1700만원으로 전년(23억4100만원) 대비 24.6% 증가했다. 영업손익은 38억8800만원으로, 전년(31억400만원)보다 25.3% 성장했다.
반면, 미국과 홍콩 법인은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미국 법인은 상반기 4억6300만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2억6900만원)보다 손실이 확대됐다. 영업손익도 같은 기간 4억6300만원 순손실로 전년 동기(2억6400만원) 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미국 중개법인은 영업 초기 단계의 소규모 조직이라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홍콩 법인도 순익 1억100만원에 그쳐 전년(23억4100만원) 대비 95.7% 급감했다. 영업손익 역시 1억1400만원으로 전년(1억2700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번 상반기 해외 법인 성과는 유럽 실적 개선 덕이 컸다. 코리안리의 해외 수재 비중은 지난해 말 41%에서 올해 상반기 44%로 확대됐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3년 내 해외 수재 비중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안리는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단행한 재보험사다. 1969년 일본 동경사무소를 시작으로 런던(1972년), 싱가포르(1975년), 뉴욕(1979년), 두바이(2008년) 등 현재 10여 곳의 해외 거점망을 운영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전체 당기순이익은 19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01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34억원으로 506억원 늘었다. 해외 법인의 기여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코리안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재보험사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코리안리의 해외 성과가 유럽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와 영국에서의 최근 호실적은 대형 자연재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일시적 요인에 기댄 측면이 크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환경청(European Environment Agency)은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이며 1980년대 이후 다른 지역보다 두 배 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향후 홍수·폭풍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실제로 2021년 독일과 스위스를 강타한 기록적 홍수로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6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고, 유럽 주요 재보험사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이처럼 기후 리스크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유럽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언제든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스위스리 재보험사는 최근 발간한 ‘2025년 SONAR 보고서’에서 “폭염으로 초목이 말라붙으면서 산불 리스크가 높아지고, 열은 전력망에 부담을 가해 에너지 부족과 정전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여름철 정전 발생 빈도가 유의미하게 늘었으며 기후재난 피해가 집중되는 캘리포니아·플로리다주에서는 보험사들이 잇따라 기후보험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 보험사들의 기후리스크 대응이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발표한 ‘2024 한국스코어카드’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기후리스크 관리 점수 0.1점을 기록하며 주요 보험사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국내 보험사 평균 점수는 0.9점에 불과해 글로벌 주요 보험사 평균(4.7점)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KoSIF는 “한국 보험산업이 국제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리안리 측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는 지난 1월 국제 세미나에서 “코리안리는 CAT(자연재해 손실평가) 모델과 같은 정교한 리스크 평가 도구를 활용해 태풍, 지진 등 대규모 재난의 발생 가능성과 손실 규모를 예측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리스크를 분산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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